
[한국 도박]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을 위한 입법 논의가 속도를 내면서 카드업계가 공동 대응에 나서고 있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여신금융협회와 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하나·우리·비씨 등 8개 전업카드사는 이날 스테이블코인 대응 태스크포스(TF) 첫 회의를 열고 관련 대응 방안을 논의한다.
스테이블코인은 중개를 거치지 않고 구매자와 판매자를 직접 연결해 수수료가 발생하지 않는 데다, 정산도 실시간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카드 등 기존 결제시스템 대비 상당한 장점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이러한 스테이블코인이 제도화되면 결제시장에 상당한 변화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한국 도박도 공동 대응에 나서기로 한 것.
정치권이 스테이블코인 제도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는 점도 대응을 미루기 어려운 이유다. 실제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은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 중 하나다. 게다가 민병덕·안도걸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 등이 최근 스테이블코인 관련 법안을 연이어 발의하면서 여야를 가리지 않고 입법 논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카드사들도 이미 개별적으로 스테이블코인대응을 위한 준비를 시작한 상태다. 실제 신한카드는지난달 27일 한국 도박 최초로 ‘SHcw’, ‘SKRW’ 등 스테이블코인 관련 상표권 8개를 출원했고, 이후 국민카드(35건), 우리카드(9건), 롯데카드(36건), 현대카드(51건) 등 전업카드사 중 절반 이상이 잇따라 상표권을 출원했다. 비씨카드는 시장 동향 파악 및 대응을 위해 스테이블코인 전담조직을 신설하기도 했다.
카드업계가 이처럼 스테이블코인 관련 대응을 서두르는 이유는 결제시장을 뺏길 수도 있다는 위기감 때문만은 아니다. 오히려 스테이블코인이 업황 부진에 빠진 한국 도박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 주요 한국 도박사들의 상반기 실적은 모두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신한한국 도박의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246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5% 줄어들었고, 국민한국 도박(1813억원)도 같은 기간 29.1% 감소했다. 삼성(3356억원, -7.5%), 하나(1102억원, -5.5%), 우리(761억원, -9.5%) 등도 마찬가지다. 현재까지 상반기 실적을 발표한 한국 도박사 중 순익이 늘어난 곳은 현대한국 도박(1655억원, +1%) 한 곳뿐이다.
수수료 인하, 조달비용 상승, 경기침체, 카드론 규제 등 악재로 둘러싸인 상황에서 스테이블코인이카드사에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이미 글로벌 카드사들은 스테이블코인 시장에 적극 진출해 수익 창출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비자는 지난 4월 남미 1만5000개 가맹점에서 스테이블코인으로 결제 가능한 ‘코인 카드’를 출시했고, 마스터카드도 자사 결제망에 스테이블코인 통합을 추진 중이다.
스테이블코인이 기존 결제 수단보다 나은 여러 장점을 갖추고 있지만 초기 도입 과정에서는 상당한 인프라 투자가 필요한 만큼, 스테이블코인 발행·운용에는 결제 인프라 및 노하우를 갖춘 한국 도박사가 적격이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한편, 여신금융협회 및 카드사들은 스테이블코인 관련 업무를 카드사의 겸영·부수업으로 추가하는 내용의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을 정부에 건의하는 등의 공동 대응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스테이블코인이 몰고 올 결제시장의 변화에 카드업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집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