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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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리아]최근 몇 년 새 정치적 양극화와 소셜미디어 추천 알고리즘의 관계를 둘러싸고 뜨거운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추천 알고리즘이 이용자의 성향을 강화해 극단적 의견을 확대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부 연구는 유튜브 온라인 도박 사이트이 소위 ‘토끼굴(rabbit hole)’에 빠뜨려 극단적 콘텐츠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프린스턴대‧UC데이비스 연구진이 가짜 계정으로 유튜브 추천을 추적한 결과, 극우 성향 계정은 보수적‧음모론적 채널을 더 많이 추천받았고 교차 추천은 거의 없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정치적 양극화가 정당 엘리트 차원에서 이념적 차별화로 나타날 경우 민주주의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으나, 대중적 수준에서 정서적인 양극화로 나타날 경우에는 정치적 중도층의 감소로 인해 의사결정 과정에서 갈등이 심화하고 타협을 어렵게 하며, 이 과정에서 소위 진영 논리라는 이중잣대에 기반한 정치 행태가 만연하게 되어 민주주의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조언한다.

가장 적극적으로 알고리즘 규제를 추진하는 곳은 유럽연합(EU)이다. 2023년 본격 시행된 디지털 서비스법(DSA)은 글로벌 플랫폼에 대해 추천 시스템의 작동 방식과 주요 기준을 공개하고, 맞춤형 추천 대신 프로파일링을 하지 않는 옵션을 사용자가 선택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2024년 10월 유럽위원회는 유튜브, 스냅챗, 틱톡 등 플랫폼에 선거‧시민 담론‧아동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기 위해 추천 시스템 정보를 제출하라고 요구했으며, 불응 시 제재를 예고했다. DSA는 조작적 인터페이스를 금지하고, 미성년자 보호를 위한 추가 조치를 명시하는 등 사회적 위험을 줄이기 위한 조항을 담고 있다.

영국은 2023년 ‘온라인 안전법’(OSA)을 통과시켰다. 이 법은 페이스북, 유튜브, 틱톡 등 대형 플랫폼에 불법 콘텐츠 제거와 위험성 평가를 의무화하고, 아동에게 해로운 콘텐츠를 온라인 도박 사이트하지 못하도록 규정한다. 사용자는 자신의 피드에서 온라인 도박 사이트 콘텐츠를 차단하거나 관리할 수 있는 기능을 받아야 하며, 위반 시 기업과 경영진에게 형사 처벌까지 가능해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온라인 안전 규제’로 불린다.

중국은 2021년 ‘인터넷 정보서비스 알고리즘 추천 관리 규정’을 시행해, 알고리즘 서비스 제공자가 추천 원리와 목적을 명시하고 사용자가 알고리즘 추천을 끌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추천 시스템은 신체‧정신 건강을 해치거나 미성년자의 중독을 유발하는 콘텐츠를 추천할 수 없으며, 이용자가 자신의 태그나 프로필을 수정하거나 삭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위반 시 서비스 중단이나 벌금이 부과된다.

한국에서는 방송통신위원회가 2021년 ‘인공지능 기반 미디어 추천 서비스 이용자 보호 기본원칙’을 발표해 자율규제안을 제시한 바 있다. 해설서에 따르면 이 원칙은 투명성, 공정성, 책무성을 기본 가치로 삼고, 정보 공개, 선택권 보장, 자율 검증, 불만 처리, 내부 규칙 제정 등의 실행 원칙을 담고 있다.

하지만 이는 법적 구속력이 없는 권고에 불과해 국내 플랫폼은 자율적으로 따를 뿐이며, 외국계 플랫폼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최근 국회에서도 온라인 도박 사이트 책임성을 높이는 법안 도입이 논의되고 있으나, 구체적 입법은 이뤄지지 않았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소셜미디어 알고리즘에 대한 제도적 제재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최진응 국회 입법조사관은 ‘정치적 양극화와 소셜미디어의 책임’ 보고서에서 유튜브 추천 알고리즘이 확증편향을 유발해 정치적 양극화를 심화시킨다고 지적하며, 유럽연합 등 해외 입법례를 참고해 국내에서도 규제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특히, 방송통신위원회의 현행 가이드라인이 권고 수준에 그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주요 변수의 공개, ▲알고리즘 중지·수정 등 사용자 선택권 보장, ▲위험성 평가 및 완화 조치 보고 등을 법적으로 의무화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최 조사관은 “알고리즘 추천 서비스 운영은 단순히 시장 차원에서 판단할 문제가 아니다”라며 “상업적 플랫폼의 알고리즘이 시민의 정보 선택과 정치적 신념, 사회적 담론 형성을 조정할 수 있는 만큼, 이를 공적 권력으로 보고 법적 통제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공적 영역에 미치는 영향력을 감안해 조속한 입법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추천 알고리즘과 정치적 양극화 간 인과 관계는 여전히 논쟁적이다. 연구마다 결론이 다르지만, 플랫폼의 추천 시스템이 미성년자 보호, 공론장 다양성, 정치적 담론 형성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에는 이견이 없다. EU, 영국, 미국 일부 주, 중국은 투명성 강화와 사용자 선택권 확대를 통해 알고리즘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여전히 기업의 자율에 의존하고 있다. 전문가들은“정치적 양극화를 완화하고 미성년자를 보호하기 위해, 알고리즘 추천 시스템의 위험을 평가하고 사용자에게 실질적 선택권을 보장하는 법적 장치를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라고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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