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이학영 국회 부의장, 이재정 의원, 기후솔루션은 ‘탈도박 사이트 시대의 국제외교 및 국내 산업 전환 전략’을 주제로 국회 토론회를 개최했다. 사진=기후솔루션 
24일 이학영 국회 부의장, 이재정 의원, 기후솔루션은 ‘탈플라스틱 시대의 국제외교 및 국내 산업 전환 전략’을 주제로 국회 토론회를 개최했다. 사진=기후솔루션

[이코리아]오는 8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릴 유엔 플라스틱 오염 방지 협약(ILBI) 최종 협상(INC-5.2)을 앞두고, 플라스틱 원료(1차 플라스틱) 생산 감축이 국제적 핵심 쟁점으로 부상했다. 이에 따라 국내 산업계의 전환과 정부의 전략적 대응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관계당국에 따르면 제5차 정부간 협상위원회 속개회의(INC-5.2)는 도박 사이트 오염 대응을 위한 국제 협약 초안을 조율하는 사실상 마지막 공식 회의로, ‘1차도박 사이트(폴리머·도박 사이트원료)생산감축’이핵심 쟁점으로 다뤄질 예정이다. 또한 유럽연합(EU), 태평양도서국, 케냐, 파나마 등 다수 국가는 해당 감축 목표를 협약에 명시할 것을 요구하고 있으며, 이 내용을 담은 ‘니스선언’은지난 6월 95개국의 지지를 받은 바 있다.

환경단체와 국제기구는 플라스틱 생산 감축의 절실함을 강조한다.기후솔루션이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1차 플라스틱 생산으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량은 2019년 기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5.3%를 차지하며, 이 수치가 2050년까지 세 배 이상 증가할 수 있다. 또 국내 석유화학산업이 세계적인 공급과잉과 경쟁 심화로 구조적 침체에 직면해 있으며, 범용 플라스틱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혁신해야 지속가능한 생존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반면 산업계는 중국·중동의 대규모 설비 증설로 경쟁력 약화를 우려한다. 미국 에너지경제·재무분석연구소(IEEFA)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석유화학 업계는 시장과 정책 변화에 대응하지 못할 경우 신용등급 하락 등 구조적 위기를 맞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플라스틱 오염 종식을 위한 국제 협약(ILBI) 최종 협상을 앞두고, 석유화학 산업의 구조적 쇠퇴와 시장 불안정을 지적하며 생산 한도 설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1차 플라스틱(폴리머)의 생산·소비를 규제하고, 무역 조항을 통해 글로벌 목표 달성을 지원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그렇다면 한국 상황은 어떨까.

우리나라는 세계 5위의 화학산업 규모, 4위의 에틸렌 생산능력을 가진 플라스틱 생산 강국이다. 동시에 2022년에는 플라스틱 감축을 지지하는 고위 공약 연합(HAC)에 가입한 나라로서 국제사회에서의 책임도 크다. 그러나 현재까지 한국 정부는 감축 목표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으며, 협약 문안 제안에도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 비판을 받고 있다.

녹색연합은 지난 23일 발간한 이슈 리포트에서 “생산 감축 없는 탈도박 사이트 정책은 허구”라고 비판했다. 보고서는 2040년까지 도박 사이트 원재료 생산을 2019년 대비 75% 감축해야 한다고 제안하며, 이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최소한의 타협이자, 정책적으로 가장 실효성 있는 접근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가운데 지난 24일 국회에서 열린 '탈플라스틱 시대의 국제외교 및 산업 전환 전략' 토론회에서는 생산 감축과 산업 생존을 양립할 수 있는 방안이 논의됐다. 국회 이학영 부의장, 이재정 의원, 기후솔루션이 공동 주최한 이번 행사에는 외교부, 환경부, 산업계,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참석해 협약 대응과 산업 전환의 방향성을 논의했다.

기후솔루션 신유정 변호사는 플라스틱 생산 감축을 위해 산업 구조 전환과 외교 전략의 병행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신 변호사는 “국제 협상에서 감축 지지를 통해 중국·중동 등 주요 생산국의 신규 설비 확대를 간접적으로 억제할 수 있으며, 산업 전략 차원에서는 국내 석유화학산업의 생산 구조를 합리화하고 녹색 전환을 본격화해야 한다”며 “아태 지역에서의 한국이 리더십을 확보하고 국제적 입지를 강화할 수 있다”라고 밝혔다.

패널로 참여한그린피스 김나라캠페이너는“전 세계 재활용률은 9%에 불과해,쓰레기 처리만으로는 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할 수없다”고지적했다. 그러면서 “한국 정부는 100여 개 국가가 지지하는 국제 플라스틱 협약의 성안과 이행에 참여해야한다”며“국내 석유화학산업은 전 세계 4위의 에틸렌 생산 능력을 갖고 있는 주요 생산국으로서,이러한 협약이 성안될 경우기업의 변화와 준비는필수”라고강조했다.

노동환경건강연구소 김보연 국제협력팀장은“유해화학물질은 재활용을 통해 순환되고 있으며, 그 위험은 오히려 더 장기화돼 생산 감축 없이는 본질적 해결이어렵다”며“한국 정부는 구속력 있는 감축 정책 및 목표와 이행 전략을 제시하는 주도국이 돼야한다”고말했다.

넥스트김수강연구원은“중국과 중동의 대규모 설비 증설로 국내 석유화학산업의 수출경쟁력이 하락하고 있으며, 플라스틱 내수시장도 인구감소와 소비감축 정책으로 축소 국면에접어들었다”고지적했다. 이어 “청정·재활용원료 전환을 위한 시장 기반과 정책 유인이시급하다”며“유럽의 ‘청정산업딜’처럼명확한 전환 계획을 세운 기업에보조금·대출·세제혜택을 집중할 필요가있다”고덧붙였다.

산업계 패널인 한국화학산업협회 김대웅 지속가능경영본부장은석유화학 산업이 공급과잉과 국제 경쟁 심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에 공감하며“범용제품 중심에서 벗어나 고기능성 수지, 재활용 원료 기반 소재 등 친환경 고부가 제품으로의 전환을 위해 기업들이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으나, 시장과 제도 기반의 뒷받침 없이는 한계가있다”고짚었다. 그러면서 “정부가 저탄소 기술 실증, 설비 전환, 인증 기반 마련 등에서재정·제도적으로뒷받침해야 산업의 방향 전환이가능하다”고설명했다.

정부부처에서는전지구적 규모의 협상을성안 단계로 끌고 가는 것의 중요성이강조됐다.외교부박꽃님녹색환경외교과과장은“국제협약협상과정이미국과 중동국가 등이 생산에 대한 조항이 담기는 것에 반대하는 등난항을 겪고 있는데,가능한 많은 국가가 동의할 수 있고의견을 합치할 수 있는 공감대를 넓히는 데 집중하고있다“고설명했다. 이어“협상이 지향하는 방향과 기업이 고민하는 방향이 일치하고 있는 것, 그리고산업계가저가범용 플라스틱에 대한 대체제를 고민하고있다는 것을 낙관적으로 보고있다”며“전지구적 규모의 협상이 시작됐고이것을 성안하는과정 자체가정부와 산업에 강한 시그널을 줄것”이라고강조했다.

환경부이정미자원순환정책과과장은“EU 등국제사회에서플라스틱을포함해다양한환경규제가제정·적용되고있기때문에국내산업계와어떻게협력해서지원하고준비할지고민하고있다”며“INC-5.2협상에서다뤄지는여러주제와관련해서도국제적논의흐름과국내정책이조화를이루도록노력하고있다”고말했다.이어“이렇듯여건이성숙된만큼,기존대책과는달리새정부의탈플라스틱로드맵에는전주기적관점을아우르는내용이포함될수있을것”이라고덧붙였다.

좌장을맡은부경대학교법학과박종원교수는“모든국가가찬성할수있는'약한규제'를만들것이냐, 100여 개국가가원하는'강한플라스틱규제안'을만들것이냐가주요한쟁점인상황“이라고짚으며“플라스틱대량생산국이자소비국으로서,중요한전환점을만들기위해서는산업의정의로운전환을위한지원이필요하다”고강조했다.

토론회 주최와 축사를 맡은이학영부의장은 “문제는 플라스틱 제품이 과잉 생산되고, 또 소비되고 있다는점"이라면서"지속 가능한 환경을 위해서는 불필요하고 대체가능한 플라스틱의 생산과 소비는 줄여 나가는 '탈플라스틱' 정책의 실천이필요하다”고말했다. 이어 “앞으로 플라스틱 생산으로 인한 탄소발자국과 오염 문제를 줄이면서도 국내 석유화학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지원할 길을 찾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고 덧붙였다.

이재정 의원도 "플라스틱 탄소발자국과 오염 문제의 해결은 우리 앞에 놓인 당면과제"라며"이재명정부는 '탈플라스틱 로드맵' 수립을 공약한 바 있다. 우리 정부가 탈플라스틱이라는 국정 기조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국제사회의 공동 과제 해결에 함께 발맞추어야 할때"라고강조했다.

저작권자 © 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