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 365

[도박 365]태광산업이 한국투자증권을 대상으로 약 3200억원 규모의 교환사채(EB)를 발행하려던 계획을 사실상 철회했다.

태광산업은 지난 2일 “자사주 기초 EB 발행과 관련해 트러스톤 측 가처분 신청에 대한 법원 결정이 나올 때까지 후속 절차를 중단하겠다”며 “가처분 신청에 대한 법원 결정을 존중하고, 이해 관계자의 우려와 의견을 충분히 들어 의사 결정에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태광산업은 지난달 27일 이사회를 열고 보유 자사주 전량(24.41%)을 담보로 3186억원 규모의 EB를 발행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이에 2대 주주인 트러스톤자산운용이 같은 달 30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EB 발행 중단을 요청하는 가처분을 신청했고, 금융감독원도 이달 1일 발행 대상을 정확히 기재하지 않은 점을 지적하며 정정 공시 명령을 내렸다.

태광산업은 1일 다시 이사회를 열고 EB 발행 대상을 한국투자증권으로 특정하며 발행 재개 의지를 보였으나, 주주들의 반발과 금융당국의 경고에 결국 계획을 철회했다.

태광산업은 본업인 석유·화학부문 업황 악화에 대응하기 위해 화장품·에너지·부동산개발 등의 신사업 진출에 약 1조5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할 계획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EB 발행 등을 통해 외부자금을 조달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EB 발행으로 인해기존 주주의 권익이 침해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일반적으로 EB는 전환사채(CB)와 달리 신주를 발행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주식을 교환해주는 만큼, 기존 주주의 지분 희석 우려가 적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태광산업이 발행한 EB의 교환대상은 자사주다. 만약 채권자가 자사주로 교환을 원할 경우 기업이 보유한 자사주를 소각하지 않고 시장에 내놓는 것과 같아 지분 희석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신사업 진출을 위한 외부자금 수혈이 당장 필요한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된다. 경제개혁연대에 따르면, 태광산업은 올해 1분기 기준 현금·금융상품등 현금화 가능한 자산이 1.4조원(별도기준 1.1조원)으로 부채비율은 16%(별도 기준)에 불과하다. 경제개혁연대는 “태광산업은 별도재무제표 기준으로 외부조달 차입금도 없는 상태”라며 “굳이 교환사채를 발행해 차입을 하지 않더라도 신사업 투자에 필요한 재원을 어렵지 않게 마련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최근 여당이 자사주 소각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상법 추가 개정을 논의 중인 만큼, 자사주 활용이 어려워지기 전에 무리해서EB 발행을 추진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경제개혁연대는 태광산업이 자사주 처분을 통한 우호주주 확보를 위해 EB 발행을 추진한 것이라는 의혹도 제기했다.

실제 태광산업이 정정 공시를 통해 발표한 EB 발행 대상은 우호적 관계로 알려진 한국투자증권이었다. 한국투자증권은 최근 태광그룹 계열사인 흥국화재의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2년 연속 단독 주관하는 등 태광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태광산업이 EB 발행 대상을 발표하자. 한국투자증권도 비판의 대상으로 지목됐다. 태광산업의 EB를 직접 인수하는 것은 주주가치 훼손 시도를 거드는 셈이라는 것.

업계에서는 정부의 자본시장 개혁 기조와 어긋나는 태광산업의 EB 발행에 한국투자증권이 참여한 것에 대해 평판 리스크를 감수하더라도 태광과의 우호관계를 강화하려던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있다. 태광산업이 신사업 진출을 선언한 만큼 향후 인수·합병(M&A) 등의 과정에서 일감을 따낼 가능성을 고려했다는 것. 태광산업은 현재 애경산업 인수 본입찰 대상자로 선정된 상태다.

다만 한국투자증권이 인수 여부를 결정하기 전 태광산업이 일방적으로 발행 대상자를 공시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태광산업은 2일 정정 공시에서 EB 발행 대상자를 한국투자증권으로 명시하며 “발행 대상자는 내부절차 진행 중에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투자증권은 태광산업이 정정 공시를 낸 당시 인수 여부를 논의하기 위한 투자심사위원회 개최를 앞두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1일 논평을 내고 “상법 개정 전 견강부회식 공시로 일반주주 이익 노골적으로 침해하려는 행태가 가관”이라며 “노골적으로 일반주주 권익 침해하는 지배주주, 경영진과 주주를 배신한 이사들, 주가조작 등 불공정거래와 함께 원스트라이크 아웃의 대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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