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코리아]이재명 정부가 취임 초부터 AI 산업을 핵심 국정 과제로 천명하고, 주요 AI 기업 출신의 민간 전문가들을 내각에 대거 발탁하면서 ‘AI 드라이브’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부는 지난 15일 하정우 네이버클라우드 AI이노베이션센터장을 초대 AI 미래기획수석에 임명한 데 이어, 23일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로 각각 배경훈 LG AI 연구원장과 한성숙 전 네이버 대표를 지명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브리핑에서 “배경훈 과기정통부 장관 후보자는 AI학자이자 기업가로서 초거대 AI 상용화 등으로 은탑산업훈장을 받은 인물이다. AI 3대 강국 달성을 위해 어렵게 모신 전문가로, 하정우 AI미래기획 수석과 함께 AI 국가 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소개했으며,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서는 “라인, 네이버웹툰 등에서 혁신을 이끌었고, ‘포춘 인터내셔널 파워우먼 50’에 4년 연속 선정된 인물"이라고 소개했다.
이재명 정부는 현재 ‘소버린 AI’를 통해 미국·중국에 이어 세계 3대 AI 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정책을 추진 중이다. 배경훈 과기정통부 장관 후보자는 25일 서울 종로구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2∼3년 이내 3대 강국 목표를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배 후보자는 "한국이 가지고 있는 제조나 의료, 바이오 등 강점 영역에 특화된 AI 모델을 잘 만들고, 이들이 어우러진 소버린 AI 생태계를 잘 만들어야 한다."라며 AI가 한국 내에서만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글로벌에서도 적용할 수 있는 수준으로 발전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현재 한국의 AI 경쟁력은 글로벌 기준에서 어느 정도 위치에 있을까? 먼저 국내 주요 기관이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AI 기술력은 세계 상위권 수준에 근접한 것으로 평가된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SPRi)이 지난 2월 발표한 '글로벌 초거대 AI 모델 현황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현재 14종의 자체 초거대 언어모델(LLM)을 보유하고 있어 미국(125종), 중국(95종)에 이어 세계 3위를 기록했다. AI 모델의 양적 보유 측면에서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SPRi는 이러한 양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국내 LLM 생태계의 구조적 한계 역시 존재한다고지적했다. 전체 모델의 대다수가 기업 주도로 개발되고 있으며, 연구기관 중심의 LLM은 극히 드문 상황이라는 것이다. 또한 대부분의 모델이 API 형태로만 제한적으로 공개되어 글로벌 오픈소스 생태계에서의 활용도가낮다는 부분도 지적했다. 텍스트 기반 중심의 개발 편중 역시 문제로 지적되며, 멀티모달·비전 AI 분야에서는 아직 걸음마 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SPRi는 주권 도박 게임 유형 실현을 위해서는 모델 수 자체보다도 ▲데이터 접근성 확대 ▲고성능 연산 인프라 확보 ▲오픈소스 생태계와의 연계 강화가 핵심 과제로 병행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해외 기관의 평가는 어떨까. 영국의 데이터 분석기관 토터스 인텔리전스가 발표한 ‘2024 글로벌 AI 인덱스’에서도 한국은 종합 순위 6위에 올라, 프랑스(5위), 영국(4위)과 함께 3위권 그룹에 포함됐다. 특히 데이터 확보력, 정부 정책 등 일부 항목에서는 상위권을 차지하며 ‘빠른 추격자(fast follower)’로 평가받았다.
다만 국제 무대에서 K-AI의 실질적 존재감이 아직 미약하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같은 보고서에서 한국은 민간투자(14점), 연구역량(11점) 부문에서 모두 10위권 평균에 크게 못 미치는 수치를 기록했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의 AI 성숙도 매트릭스에서는 한국을 ‘AI 선도국가’가 아닌 그 하위 등급인 ‘안정적 경쟁국’으로 분류했으며, 미국과 중국을 필두로 한 상위 그룹과의 기술·산업화 격차가 여전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또 국내에서 개발된 주요 도박 게임 유형 모델들이 경쟁력 있는 일반 소비자(B2C) 도박 게임 유형 서비스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의 벤처캐피탈(VC) 앤드리슨 호로위츠(a16z)가 지난 3월 발표한 ‘세계 도박 게임 유형 서비스 사용량 톱 50′ 중 한국의 자체 모델 기반 서비스는 하나도 포함되지 못했다.
제도적 과제도 산적해 있다. 한국은 지난해 말 AI 산업의 근간이 될 ‘AI 기본법’을 제정하고, 내년 1월부터 시행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시행령·시행규칙 등 하위 법령은 아직 마련되지 않았고, 데이터 개방 범위나 알고리즘 투명성, 윤리 기준 등 핵심 쟁점은 여전히 논의 중이다.
국가 도박 게임 유형 인프라 구축 사업도 험로를 겪고 있다. 대표적으로 도박 게임 유형 모델 학습에 필수적인 고성능 연산 자원을 제공하기 위한 '국가 도박 게임 유형 컴퓨팅센터' 구축 사업은 지난 상반기 두 차례 연속 유찰됐다. 기업들이 사업 참여에 난색을 표한 이유는 ‘가격 대비 효율성 부족’, ‘민간 활용 유인 미흡’ 등 구조적 한계 때문이었다. 과기정통부는 오는 7월새로운 공모 조건을 내걸고재공모에 나설 예정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울산 AI 데이터센터 출범식에 참석해 “AI 생태계 핵심 자원인 양질의 데이터를 확보하고, 혁신 인재 양성에 적극 나서겠다”며 “우리가 개발한 범용 AI 모델을 국민이 일상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보급·확산하고, 산업별 특화 AI 개발도 지원해 국민이 생활 속에서 AI 혜택을 확실히 누릴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글로벌 AI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AI 인재를 대거 기용한 새 정부가 정책 정비와 인프라 확충 등 구조적 과제를 어떻게 풀어나갈지시선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