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코리아]2025년 대선을 앞두고 주요 대선 후보들이 반도체 산업을 둘러싸고 치열한 정책 경쟁을 벌이고 있다. 반도체 산업을 ‘국가 경제의 핵심 엔진’으로 규정한 각 대선 캠프는 저마다의 청사진을 내놓으며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이번 대선에서 반도체 산업은 단순한 경제 공약을 넘어, 규제 완화와 노동권 보호라는 구조적 가치 논쟁으로까지 확장됐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지속가능성과 구조적 지원’을,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속도와 유연성’을 키워드로 내세우며 서로 다른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이재명 “초격차 기술로 세계 1등 온라인 도박 사이트 국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지난달 말 당내 경선에서 최종 선출된 직후 첫 공약으로 반도체 산업 지원을 내세우며, 이를 국가 전략산업으로 격상시키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이 후보는 “압도적 초격차·초기술로 세계 1등 반도체 국가를 만들겠다”며, △반도체 특별법 제정 △반도체 국내 생산세액공제(최대 10%) △재생에너지 인프라(RE100) 구축 △전문 인재 양성 등 다방면의 반도체 맞춤 지원책을 제시했다.
또한 시스템 온라인 도박 사이트와 파운드리 경쟁력 강화를 위한 R&D 지원과 함께, '서해안 에너지고속도로' 구축과 ‘용인 온라인 도박 사이트 클러스터’ 조성 가속화 등 구체적인 인프라 조성 계획도 포함했다.
이 후보는 “지난해 우리나라 반도체 수출액은 204조 원(1,419억 달러)으로 전체 수출액(983조 원)의 20%를 차지했다. 그러나 지금, 반도체가 위기를 맞고 있다”며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에 치열해진 AI 반도체 경쟁까지 더해져 이중, 삼중의 위기에 포위된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오늘날 글로벌 경제 패권은 바로, 누가 반도체를 지배하느냐에 달려 있다. 우리에게 ‘반도체를 지킨다’는 말은 ‘우리 미래를 지킨다’는 의미“라며 “정부 차원의 집중 투자와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근로시간 유연화에 대해선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 후보는 주52시간제 유연근무제 도입에 대해 '총노동시간을 늘리지 않고 수당도 지급하는 조건이라면 기존 예외제도보다 오히려 불리한 제도'로 "도입할 필요가 없다”며 노동권 보호와 산업 유연성 간의 균형을 강조하고 있다.
◇김문수 “온라인 도박 사이트는 속도전… 유연근무 없인 경쟁력 없다”
반면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기업하기 좋은 나라’와 ‘AI 강국’을 양축으로 산업 혁신을 강조하고 있다. 김 후보는1호 공약으로 ‘기업 환경 개선과 일자리 창출’, 2호 공약으로 ‘AI·에너지 3대 강국 도약’을 내세우며, 인공지능을 중심으로 한 산업 고도화 전략을 제시했다. 특히 반도체 산업을 미래차와 함께 첨단전략산업으로 지정해 집중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김 후보는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선 ‘속도전’이 관건이라고 보고, 주 52시간 근로시간 제도의 예외 적용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그는 “R&D 분야는 유연한 근무가 필수”라며, 입법 추진과 함께 규제 완화를 통한 산업 환경 개선에 방점을 찍고 있다.
김 후보는 과거 경기도지사 시절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공장 유치 경험과, 고용노동부 장관 재직 시 유연근무제 확대 조치를 사례로 들어, 현장 중심의 실용주의를 강조하고 있다.

두 후보는 지난 18일 열린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제21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토론회에서도 반도체 산업 정책을 놓고 정면 충돌했다.
김문수 후보는 “이재명 후보께서 처음에는 ‘왜 반도체 산업 근로시간 규제 완화를 못 해주겠나’ 했지만, 나중에는 주 52시간제 예외라도 해달라는 최소한의 요구조차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그래서 고용노동부 고시로 제가 그냥 해드렸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렇게 해놓고 반도체 산업을 지원하겠다고 말하는 건 상당히 모순되는 이야기”라고 직격했다.
이에 대해 이재명 후보는 “노동부 장관으로 (김문수 후보께서) 직접 ‘3개월 단위 유연제를 6개월로 늘려주면 충분하다’고 말씀하셨다”며 “총 노동시간을 늘리지 않고, 변형에 따른 수당을 지급하면 기존 제도보다 못한 게 아니기 때문에 필요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6개월로 늘리는 것을 도와달라는 게 정부 입장이었다”고 짚었다.
김 후보는 다시 “현재 반도체 산업은 속도 경쟁”이라며 “속도전에서 따라잡지 않으면 중국, 대만에 뒤처진다”고 주장했다. 이어 “R&D 분야에서 건강권을 보장하고, 연봉도 일정 수준인 경우에는 52시간제 예외를 보장하자는 것인데 이것도 안 해주면 기술 개발이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는 “노동부 장관답지 않은 말씀”이라며 “기존 제도보다 못한 제도라서 필요 없다는 결론이 났다”고 맞서 반박했다.
김 후보는 “필요가 없다는 게 아니라, 모든 반도체 연구자와 기업이 요청하고 있다”며 “다른 나라는 그런 규제를 하지 않는다. 우리나라도 경쟁해야 하는데 과도한 규제는 산업 경쟁력에 악영향을 준다”고 주장했다.
업계 관계자는 "두 후보 모두 반도체 산업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지만, 접근 방식이 크게 다르다"며 "어떤 정책이 더 현실적이고 지속 가능한 산업 생태계를 만들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